청강문화산업대학교 푸드스쿨 교수 최연배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에서 태어난 발명품, 천리장
우리나라 대표적인 전통 양념류인 간장과 된장의 소비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전통 장류를 만드는 가정도 크게 줄었고, 대부분 공업적인 생산에 의존하고 있다. 전통 장류는 콩과 소금, 볏짚이 기본이다. 콩을 삶아 메주를 만들고, 볏짚으로 묶어서 매달아서 발효를 시킨다. 소금물에 메주를 넣고 숙성시킨 후 간장과 된장을 가른다. 간장을 달여서 장독대에 넣고 계속 숙성시키면서 사용한다. 만드는 방법이나 시기 등에 따라 매우 다양한 맛과 품질의 전통 장류가 만들어진다. 요즘 같이 표준화, 공업화된 시대와는 맞지 않는 제조방법이다. 그렇지만 큰 범위에서 보면 짠맛과 감칠맛이 조화된 조미료로서 거의 비슷한 맛의 제품이 만들어진다고 할 수 있다.
좀 더 맛있고, 좀 더 오래 저장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조선시대에 장을 만들던 가문에서도 비슷한 고민을 하였을 것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생각을 하였을 것이다.
시간과의 싸움이 그 첫 번째 방법이다. 오랫동안 저장하여 숙성시키면 더 맛난 간장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이는 수분이 증발되기 때문에 염도는 포화상태로 올라가서 저장성이 높아지고, 감칠맛 성분은 농축되기 때문에 맛이 더 좋아지는 원리이다. 약 3년 정도 숙성시키면 가장 맛이 좋은 상태가 된다고 알려지고 있다.
좀 더 빠르게 맛있는 간장을 만들 수는 없을까? 이런 고민도 했을 것이다. 가열과 감칠맛 재료를 첨가하는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였고, 이렇게 태어난 장이 천리장이다.

1766년(영조 42)에 유중림(柳重臨)이 『산림경제』를 증보하여 엮은 농서로 중국 문헌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들은 많이 삭제하고 토속적인 것을 보충하였다.
당시 우리 조상들의 식생활상도 엿볼수 있다.
「증보산림경제」의하면 천리장 제조방법은 “감청장(甘淸醬)을 약한 불에 달여 1말이 5되로 줄어들 정도로 졸이고, 별도로 삶은 쇠고기를 가져다 지방을 뺀 얇은 편육으로 저며 볕을 쬐고 가루를 만든 다음, 그것을 졸인 장 속에 넣고, 또 약한 불에 진한 죽처럼 될 때까지 졸인다”라고 되어 있다.
즉, 막 가른 간장을 졸여서 그 양이 절반이 되도록 하면 간장의 염도가 포화상태가 되기 때문에 오래 두어도 상하지 않는다. 천리를 가도 상하지 않기 때문에 천리장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햇빛에 오랫동안 건조하면서 숙성시키는 방법과 달리 바로 먹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한 지방이 없는 쇠고기를 편육을 만들고 볕으로 건조시키면 그 과정에서 쇠고기에서 핵산계 감칠맛 성분(5‘-IMP)이 생성된다. 이 방법은 육류나 생선의 숙성(aging)과 같은 원리이다.
간장을 졸이고 나서 숙성된 쇠고기 가루를 넣고 약한 불에 추가로 줄이면 저장성과 감칠맛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아주 빠른 시간에 모두 잡을 수 있다.
그리고 천리장이 만들어지면서 새로운 용도도 자연스럽게 개발되었을 것이다. 원래 간장은 음식의 간을 맞추고 맛을 좋게 하는 목적으로 사용되는 일종의 조미료이다. 천리장은 숟가락으로 떠서 밥에 넣고 비벼서 먹어도 좋을 만큼 맛이 좋다. 밥에 얹어서 먹을 수 있는 일종의 소스로의 용도가 새롭게 만들어졌을 것이다. 물론 그 시대의 서민들이 먹기에는 너무 비싼 고급 음식이었을 것이지만, 여러 문헌에 등장하는 것을 보면 신제품으로서의 주목을 충분히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윤왕순 명인은 평생 우리의 장문화를 살리기 위해 힘쓰고 있다.
천리장은 대한민국식품 명인 제50호 윤왕순님에 의해 재현되어 상품화되었다. 청강문화산업대학교 푸드스쿨에서는 한식진흥원이 주관하는 '장 문화 관련단체 연계행사지원사업'을 통해 셰프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천리장을 만드는 지식과 기술을 전수하는 경험을 하였다. 윤왕순 명인은 "전통 장(醬)문화를 개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창의적인 시도와 개선을 통해 보다 우수한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우리 음식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을 가지고 노력해야 우리 장류가 세계적인 식품으로 확실히 자리를 잡을 수 있다"며 학생들에게 오랜 경험과 지식, 기술을 차근차근 전수했다. 장류 생산과 관련된 각종 식재료와 정성에 대해서도 아주 자세히 설명하였다.
학생들의 전통 장류에 대한 관심은 크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저 단순히 장을 담그는 지식과 기술에 대해 강의를 하였다면 전혀 흥미를 느끼지 못하였을 것이다. 전통 음식을 단순히 계승하는 것을 넘어 우리 시대에 적합한 형태로 발전시키는 것이 문화를 이어가는데 필수적일 것이다.
천리장은 그 시대의 성공적인 신제품 개발 프로젝트였다. 그 시대와는 달리 학문적으로도 크게 발전하였고, 더 좋은 식재료와 더 좋은 제조 환경이 있다. 우리 시대의 천리장은 무엇일까? 간장의 맛을 좋게 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무엇일까?
이런 질문들은 학생들에게 숨겨져 있는 도전 정신을 끄집어내었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생각할 수 있게 만들었기 때문인지 아주 신나고 적극적으로 참여한 사업이 되었다. 허브가 들어간 간장, 색이 있는 간장, 북어대가리와 표고버섯을 이용한 감칠맛 강화 간장, 가쓰오부시와 다시마 육수를 이용한 감칠맛 강화 간장 등등의 아이디어를 제안하였다. 이렇게 이 시대의 천리장이 점점 더 많이 개발되고 있는 것이다.
청강문화산업대학교 푸드스쿨 교수 최연배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에서 태어난 발명품, 천리장
우리나라 대표적인 전통 양념류인 간장과 된장의 소비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전통 장류를 만드는 가정도 크게 줄었고, 대부분 공업적인 생산에 의존하고 있다. 전통 장류는 콩과 소금, 볏짚이 기본이다. 콩을 삶아 메주를 만들고, 볏짚으로 묶어서 매달아서 발효를 시킨다. 소금물에 메주를 넣고 숙성시킨 후 간장과 된장을 가른다. 간장을 달여서 장독대에 넣고 계속 숙성시키면서 사용한다. 만드는 방법이나 시기 등에 따라 매우 다양한 맛과 품질의 전통 장류가 만들어진다. 요즘 같이 표준화, 공업화된 시대와는 맞지 않는 제조방법이다. 그렇지만 큰 범위에서 보면 짠맛과 감칠맛이 조화된 조미료로서 거의 비슷한 맛의 제품이 만들어진다고 할 수 있다.
좀 더 맛있고, 좀 더 오래 저장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조선시대에 장을 만들던 가문에서도 비슷한 고민을 하였을 것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생각을 하였을 것이다.
시간과의 싸움이 그 첫 번째 방법이다. 오랫동안 저장하여 숙성시키면 더 맛난 간장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이는 수분이 증발되기 때문에 염도는 포화상태로 올라가서 저장성이 높아지고, 감칠맛 성분은 농축되기 때문에 맛이 더 좋아지는 원리이다. 약 3년 정도 숙성시키면 가장 맛이 좋은 상태가 된다고 알려지고 있다.
좀 더 빠르게 맛있는 간장을 만들 수는 없을까? 이런 고민도 했을 것이다. 가열과 감칠맛 재료를 첨가하는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였고, 이렇게 태어난 장이 천리장이다.
1766년(영조 42)에 유중림(柳重臨)이 『산림경제』를 증보하여 엮은 농서로 중국 문헌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들은 많이 삭제하고 토속적인 것을 보충하였다.
당시 우리 조상들의 식생활상도 엿볼수 있다.
「증보산림경제」의하면 천리장 제조방법은 “감청장(甘淸醬)을 약한 불에 달여 1말이 5되로 줄어들 정도로 졸이고, 별도로 삶은 쇠고기를 가져다 지방을 뺀 얇은 편육으로 저며 볕을 쬐고 가루를 만든 다음, 그것을 졸인 장 속에 넣고, 또 약한 불에 진한 죽처럼 될 때까지 졸인다”라고 되어 있다.
즉, 막 가른 간장을 졸여서 그 양이 절반이 되도록 하면 간장의 염도가 포화상태가 되기 때문에 오래 두어도 상하지 않는다. 천리를 가도 상하지 않기 때문에 천리장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햇빛에 오랫동안 건조하면서 숙성시키는 방법과 달리 바로 먹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한 지방이 없는 쇠고기를 편육을 만들고 볕으로 건조시키면 그 과정에서 쇠고기에서 핵산계 감칠맛 성분(5‘-IMP)이 생성된다. 이 방법은 육류나 생선의 숙성(aging)과 같은 원리이다.
간장을 졸이고 나서 숙성된 쇠고기 가루를 넣고 약한 불에 추가로 줄이면 저장성과 감칠맛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아주 빠른 시간에 모두 잡을 수 있다.
그리고 천리장이 만들어지면서 새로운 용도도 자연스럽게 개발되었을 것이다. 원래 간장은 음식의 간을 맞추고 맛을 좋게 하는 목적으로 사용되는 일종의 조미료이다. 천리장은 숟가락으로 떠서 밥에 넣고 비벼서 먹어도 좋을 만큼 맛이 좋다. 밥에 얹어서 먹을 수 있는 일종의 소스로의 용도가 새롭게 만들어졌을 것이다. 물론 그 시대의 서민들이 먹기에는 너무 비싼 고급 음식이었을 것이지만, 여러 문헌에 등장하는 것을 보면 신제품으로서의 주목을 충분히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윤왕순 명인은 평생 우리의 장문화를 살리기 위해 힘쓰고 있다.
천리장은 대한민국식품 명인 제50호 윤왕순님에 의해 재현되어 상품화되었다. 청강문화산업대학교 푸드스쿨에서는 한식진흥원이 주관하는 '장 문화 관련단체 연계행사지원사업'을 통해 셰프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천리장을 만드는 지식과 기술을 전수하는 경험을 하였다. 윤왕순 명인은 "전통 장(醬)문화를 개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창의적인 시도와 개선을 통해 보다 우수한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우리 음식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을 가지고 노력해야 우리 장류가 세계적인 식품으로 확실히 자리를 잡을 수 있다"며 학생들에게 오랜 경험과 지식, 기술을 차근차근 전수했다. 장류 생산과 관련된 각종 식재료와 정성에 대해서도 아주 자세히 설명하였다.
학생들의 전통 장류에 대한 관심은 크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저 단순히 장을 담그는 지식과 기술에 대해 강의를 하였다면 전혀 흥미를 느끼지 못하였을 것이다. 전통 음식을 단순히 계승하는 것을 넘어 우리 시대에 적합한 형태로 발전시키는 것이 문화를 이어가는데 필수적일 것이다.
천리장은 그 시대의 성공적인 신제품 개발 프로젝트였다. 그 시대와는 달리 학문적으로도 크게 발전하였고, 더 좋은 식재료와 더 좋은 제조 환경이 있다. 우리 시대의 천리장은 무엇일까? 간장의 맛을 좋게 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무엇일까?
이런 질문들은 학생들에게 숨겨져 있는 도전 정신을 끄집어내었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생각할 수 있게 만들었기 때문인지 아주 신나고 적극적으로 참여한 사업이 되었다. 허브가 들어간 간장, 색이 있는 간장, 북어대가리와 표고버섯을 이용한 감칠맛 강화 간장, 가쓰오부시와 다시마 육수를 이용한 감칠맛 강화 간장 등등의 아이디어를 제안하였다. 이렇게 이 시대의 천리장이 점점 더 많이 개발되고 있는 것이다.